알츠하이머 치매, 왜 여성에게 더 많고 치명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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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5-06-30 09:03본문
알츠하이머 치매의 특성 중 하나는 환자의 70% 이상이 여성이며, 발병 위험률도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나 더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가 어떠한 이유에서 생물학적·유전학적으로 여성에게 더 취약한지에 대한 원인은 지금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지난 21일 ‘제1회 대한성차의과학회 하계 학술 심포지엄’에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성별 차이에 대한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묵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노화에 따라 발병 위험률이 높아지고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긴 하지만, 단순한 수명 차이로 여성이 남성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률이 2배나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사회적·생물학적·유전학적 요인에서의 영향을 짚었다.
우선 생물학적으론 성별 간 성호르몬의 작용 차이가 크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은 여성의 완경 후 급격하게 떨어져 뇌 기능에 영향이 큰 반면,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인 토스테스테론의 분비량은 80대까지 서서히 줄어들어 별다른 영향이 없다. 문제는 에스트로겐이 신체기관에 대해 다양한 보호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뇌 기능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뇌 기능과 관련해 에스트로겐은 미세아교세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세포로, 뇌세포의 10~15%를 차지한다. 뇌세포 손상과 감염에 대응하고 뇌 활동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등 뇌 속 면역세포로 기능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원인으로도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역시 뇌 활동의 노폐물 중 하나다.
묵 교수에 따르면, 여성의 완경 전후 일정한 연령대를 지나면서 뇌 속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 영향으로 여성에게서만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뇌 속 염증 수치도 높아진다. 이 결과, 완경기 여성에서 인지기능이 극심하게 저하하고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률도 높아진다. 다만, 이 과정의 정확한 원인과 원리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임상적으로도 여러 연구에서 완경기 여성의 인지기능과 알츠하이머병 증상 개선을 목표로 에스트로겐 보충 요법을 시도해봤으나 기대만큼의 치료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아울러 여성에게만 2개가 존재하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가 유전학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도 확인된다. SLC9A7, USP11 등 X염색체에만 존재하는 유전자 때문이다. 세포의 산-염기(pH) 항상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 유전자는 평소엔 뇌 기능을 보호한다. USP11 유전자는 뇌 속 타우 단백질 청소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는 SLC9A7 유전자는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완경기에 X염색체 역시 기능이 비활성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치매 유전자인 APOE4(아포이포)를 보유했을 때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도도 여성에게서 4~15배 더 높다. 이 원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는 최근 유명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서 발표됐다. 뇌의 면역세포 종류인 ‘마이크로글리아’와 호중구(일반 면역세포인 백혈구의 일종) 사이에서 여성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면역반응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면역물질인 인터류킨7(IL-7) 단백질을 생성해 뇌 속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데, APOE4 유전자를 가진 여성에게선 해당 면역반응이 저해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성별 간 교육·경제 격차와 사회적 차별에 따른 인지기능 손상 등의 사회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여성의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
묵 교수는 “여성에 대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예방 임상 연구 결과가 좋지 않다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이는 성적 영향이 미미한 남성과 대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일 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모든 연구에서 일관되게 여성에 대한 관련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항체 치료제인 ‘도나네맙’의 치료 효과 역시 남성(0.7) 대비 여성(0.2)에서 낮았지만, 절대적인 수치 자체는 충분히 좋은 값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묵인희 교수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치매 연구 선도자로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국책 연구단인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의 사업단장과 서울대 의학연구원 치매융합연구센터장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인 그는 성별 간 특이적 차이를 규명하고 질환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성차의학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주요 연구 분야인 알츠하이머 치매의 특성에 따라 남성 중심적인 이 분야의 연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대한성차의과학회는 해당 분야의 국내 첫 전문 학술단체로 올해 1월 창립했으며,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와 함께 이날 첫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이와 관련해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지난 21일 ‘제1회 대한성차의과학회 하계 학술 심포지엄’에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성별 차이에 대한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묵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노화에 따라 발병 위험률이 높아지고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긴 하지만, 단순한 수명 차이로 여성이 남성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률이 2배나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사회적·생물학적·유전학적 요인에서의 영향을 짚었다.
우선 생물학적으론 성별 간 성호르몬의 작용 차이가 크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은 여성의 완경 후 급격하게 떨어져 뇌 기능에 영향이 큰 반면,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인 토스테스테론의 분비량은 80대까지 서서히 줄어들어 별다른 영향이 없다. 문제는 에스트로겐이 신체기관에 대해 다양한 보호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뇌 기능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뇌 기능과 관련해 에스트로겐은 미세아교세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세포로, 뇌세포의 10~15%를 차지한다. 뇌세포 손상과 감염에 대응하고 뇌 활동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등 뇌 속 면역세포로 기능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원인으로도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역시 뇌 활동의 노폐물 중 하나다.
묵 교수에 따르면, 여성의 완경 전후 일정한 연령대를 지나면서 뇌 속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 영향으로 여성에게서만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뇌 속 염증 수치도 높아진다. 이 결과, 완경기 여성에서 인지기능이 극심하게 저하하고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률도 높아진다. 다만, 이 과정의 정확한 원인과 원리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임상적으로도 여러 연구에서 완경기 여성의 인지기능과 알츠하이머병 증상 개선을 목표로 에스트로겐 보충 요법을 시도해봤으나 기대만큼의 치료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아울러 여성에게만 2개가 존재하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가 유전학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도 확인된다. SLC9A7, USP11 등 X염색체에만 존재하는 유전자 때문이다. 세포의 산-염기(pH) 항상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 유전자는 평소엔 뇌 기능을 보호한다. USP11 유전자는 뇌 속 타우 단백질 청소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는 SLC9A7 유전자는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완경기에 X염색체 역시 기능이 비활성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치매 유전자인 APOE4(아포이포)를 보유했을 때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도도 여성에게서 4~15배 더 높다. 이 원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는 최근 유명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서 발표됐다. 뇌의 면역세포 종류인 ‘마이크로글리아’와 호중구(일반 면역세포인 백혈구의 일종) 사이에서 여성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면역반응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면역물질인 인터류킨7(IL-7) 단백질을 생성해 뇌 속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데, APOE4 유전자를 가진 여성에게선 해당 면역반응이 저해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성별 간 교육·경제 격차와 사회적 차별에 따른 인지기능 손상 등의 사회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여성의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
묵 교수는 “여성에 대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예방 임상 연구 결과가 좋지 않다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이는 성적 영향이 미미한 남성과 대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일 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모든 연구에서 일관되게 여성에 대한 관련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항체 치료제인 ‘도나네맙’의 치료 효과 역시 남성(0.7) 대비 여성(0.2)에서 낮았지만, 절대적인 수치 자체는 충분히 좋은 값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묵인희 교수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치매 연구 선도자로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국책 연구단인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의 사업단장과 서울대 의학연구원 치매융합연구센터장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인 그는 성별 간 특이적 차이를 규명하고 질환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성차의학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주요 연구 분야인 알츠하이머 치매의 특성에 따라 남성 중심적인 이 분야의 연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대한성차의과학회는 해당 분야의 국내 첫 전문 학술단체로 올해 1월 창립했으며,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와 함께 이날 첫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